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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운영하던 사업, 동생이 이어받으면 창업일까요? — 조심 2025중2418

2026-03-23

대표가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법인은 그대로 있는데 대표가 없습니다.

가족들은 상속을 포기했습니다. 세무서는 직권으로 폐업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이 새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같은 업종으로, 비슷한 사이트로, 형이 쓰던 직원들을 데려와서.

국세청은 이걸 창업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형의 사업을 사실상 승계한 것이니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을 받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3년치 법인세를 한꺼번에 추징했습니다.

그런데 조세심판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왜 중요한가요

창업 후 5년간 법인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해주는 제도입니다.

수도권 밖에서 청년이 창업하면 5년간 100%, 그 외 수도권 내 청년 창업이면 50%를 깎아줍니다.

법인세가 연 5천만 원이라면 5년간 최대 2억 5천만 원을 아낄 수 있는 혜택입니다. 스타트업이나 초기 법인 대표라면 반드시 챙겨야 하는 항목입니다.

단, 세법은 아무나 이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창업으로 보지 않는 경우’를 따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을 합병·분할·양수하거나, 종전 사업에 쓰던 자산을 인수해서 같은 업종을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업을 이어받은 것뿐인데 창업 혜택을 받는 건 불합리하다는 취지입니다. 사회적으로 가치 증대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거죠.

[관련 글 보러 가기 : 청년창업세액감면, 과거 폐업 이력 있어도 받을 수 있다 – 업무사례 – 에이펙스 세무회계 블로그
청년창업 세액감면, 업종코드가 중요합니다 – 에이펙스 세무회계 블로그 ]

국세청의 주장

정황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형이 운영하던 법인이 폐업하고 한 달도 안 돼서 동생이 새 법인을 세웠습니다.

같은 웹사이트 도메인을 그대로 이용했고, 형의 회사에서 일하던 직원 4명을 그대로 데려왔습니다.

형이 운영하던 법인과 매출처도 81%가 겹쳤습니다.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때 쓴 네트워크 장치도 같았습니다. 홈페이지에는 2012년부터 이어온 사업인 것처럼 연혁이 적혀 있었습니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업의 포괄양수도로 보아, 법인만 바뀌었을 뿐 사업은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본 겁니다.

조세심판원의 입장

판단의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증거있냐? 심증말고 물증으로요.

세법상 창업 배제 요건은 종전 사업에 쓰던 자산을 인수하거나 매입해서 같은 업종을 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그 인수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형은 설립 전에 이미 사망했고, 상속인들은 상속을 포기했습니다.

사업양수도 계약서도 없고, 자산 매입 대금을 지급한 사실도 없습니다.

웹사이트는 해외 호스팅 업체가 관리하는 도메인으로, 형의 법인이 독점적으로 소유한 자산이 아니었습니다. 동생이 별도로 사용료를 내고 쓴 것이었습니다.

설령 사실상 승계가 있었다고 보더라도, 창업 배제를 적용하려면 인수한 자산가액이 전체 사업용 자산의 30%를 초과한다는 걸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합니다.

국세청은 그 입증을 하지 못했습니다. 웹사이트의 가치를 금액으로 산정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동생 법인은 세법상 창업으로 인정받아 창업세액감면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이 사건을 보면서 심증은 포괄양수도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사이트, 같은 직원, 겹치는 매출처, 이어지는 연혁, 이것만 보면 아무 관계없는 창업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질적으로는 형의 사업을 이어받은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런데 과세관청 입장에서 가장 힘든점은 이거였습니다.

이 사업의 핵심 자산이 웹사이트, 즉 무형자산이었다는 점입니다.

음식점이나 제조업처럼 눈에 보이는 시설, 집기, 기계가 있었다면 얼마에 넘어갔는지 따지기가 훨씬 쉬웠을 겁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자산은 도메인과 회원 데이터, 서비스 노하우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가액을 산정하기도 어렵고, 공식적인 인수 흔적도 없었습니다.

세법상 창업 배제를 적용하려면 인수한 자산가액이 전체 사업용 자산의 30%를 초과한다는 걸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산 가액 자체를 측정할 수 없으니 입증이 불가능했습니다.

계약서도 없고, 대금 지급도 없고, 동생 법인 장부에는 승계했다는 볼 여지도 없고, 이런 상황에서 무형자산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서 30% 초과를 증명하라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였을 겁니다.

심증은 있는데 증거가 없는 상황. 과세관청으로서는 억울했겠지만, 세법은 심증이 아니라 입증으로 결론 납니다.

업무를 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결국 모든 일은 증빙을 챙겨놔야 하는게 중요합니다. 제가 했던 아래 사건도 지금 이 사례와 비슷한 경우였습니다. 마찬가지로 국세청에서 심증만 있고 물증만 있는 상태였는데요…

[다른 글 보러가기 : 법인 종합부동산세, 과세예고통지서 받았다고 무조건 낼 필요 없습니다 – 에이펙스 세무회계 블로그]

이 사건이 주는 시사점

비슷한 상황에 놓인 법인들이 있습니다.

가족이 운영하던 사업을 이어받아 새 법인을 세운 경우, 폐업한 법인과 같은 업종으로 창업한 경우, 전 직장 동료들을 데려와서 비슷한 사업을 시작한 경우 등

국세청은 계약서가 없어도 사실상 승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정황이 쌓이면 세무조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로 창업했다면, 처음부터 기존 사업과의 차별성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증명해야 합니다.

새로운 거래처 확보, 서비스 내용의 변화, 독립적인 자산 취득—이런 것들이 쌓여야 “완전히 다른 사업”이라는 걸 입증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언급안했지만 동생법인은 적극적으로 해외에도 진출하여 해외매출도 상당히 많이 올렸습니다. 형법인은 국내매출이 많았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이 사건에서 청구법인이 이긴 건 운이 좋았던 측면도 있습니다.

핵심 자산이 무형이라 가액 산정이 어려웠고, 그 덕분에 과세관청이 입증에 실패한 겁니다. 유형자산이 많은 업종이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 있습니다.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을 적용 중인데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있는 구조라면, 지금이라도 차별성을 갖춰두는 게 맞습니다.

최성구 세무사

최성구 세무사

전 삼정회계법인(KPMG)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에이펙스 세무회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진흥원, 경기테크노파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기업의 세무·경영 이슈를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